하루 10장만 촬영하기 시작, 실천, 변화, 느낌 기록의 밀도가 달라지는 순간

하루 10장만 촬영하기 시작, 실천, 변화, 느낌 기록의 밀도가 달라지는 순간에 대해서 공유합니다.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머릿속이 비는 듯한 기분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게 습관처럼 이어졌습니다. 아이 셋과 함께 지내다 보면 놓치기 아까운 장면이 끊임없이 생기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이 너무 많아지니 정작 다시 볼 때는 흐릿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기억을 붙잡고 싶어서 찍었는데, 양이 늘어날수록 순간의 깊이가 사라지는 아이러니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적게 찍기를 경험해보기로 했습니다. 기록의 양을 줄이면 혹시 기억의 밀도는 더 짙어지지 않을까 하는 궁금함도 따라왔습니다.

시작이유

아이들의 표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달라졌습니다. 큰딸은 숙제하다가 잠시 고개를 들 때마다 새 표정을 보여주고, 둘째아들은 장난감을 번쩍 들고 춤인지 운동인지 모를 동작을 펼치곤 했습니다. 막내딸은 작은 발로 집안을 돌아다니며 기대하지 못한 순간들을 만들어주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스마트폰을 습관처럼 들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수백 장의 사진 가운데 오래 기억에 남는 건 몇 장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실감했습니다. 비슷한 구도, 비슷한 표정,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기록의 의미가 옅어지는 듯한 허전함까지 따라왔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대 연구팀이 2020년에 발표한 자료에서 촬영이 많을수록 순간을 바라보는 집중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읽게 됐습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제 생활이 그대로 겹쳐졌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으면 더 기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설명되지 않던 느낌을 정리해주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촬영 장수를 줄여보는 실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남기기보다 제대로 바라보는 방식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조용히 올라왔습니다.

실행과정

처음 시작한 날은 아침 식탁에서부터 달랐습니다. 아이들과 아내가 웃는 모습은 언제나 찍고 싶은 순간이었지만 이번에는 스마트폰을 바로 들지 않고 온전히 바라보는 데 시간을 들였습니다. 사진을 남길지, 그냥 마음에 담을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 보는 과정이 생긴 것입니다.

큰딸은 제가 평소처럼 연속 촬영을 하지 않자 무슨 일인지 제 옆으로 와서 화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둘째아들은 한 번만 찍고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며 신나게 장난을 쳤고, 막내딸은 셔터 소리가 줄어들자 더 자연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보여줬습니다. 이런 변화들이 예상보다 일찍, 그리고 자연스럽게 찾아왔습니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공복에 사진을 찍어야 뭔가 더 의미 깊다는 식의 황당한 말들도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2021년에 발표한 기록 습관 자료에서는 기억의 선명도는 촬영량과 거의 상관이 없고, 오히려 촬영 전 바라보는 시간이 감정 기억을 강화한다는 분석이 있었던 걸 떠올리며 제가 선택한 방식에 한층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저녁이 되면 남은 장수만큼 그날의 장면을 되짚어 보게 됐고, 이 과정이 하루를 정리하는 작은 의식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변화와 결과

며칠 지나자 기록의 결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엔 귀여운 장면만 보이면 자동 반사처럼 촬영했지만, 이제는 먼저 바라보고, 한 박자 쉬고, 이 순간을 정말 남기고 싶은지 제 마음부터 확인하게 됐습니다. 이 시간이 짧은 듯 보이지만, 기록의 질을 되살리는 데는 놀라울 만큼 도움을 주었습니다.

아내는 제가 스마트폰을 덜 보게 되었다며 대화가 끊기지 않아 좋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도 카메라보다는 제 시선을 더 자주 의식했고, 그 덕분에 사진보다 순간 자체가 훨씬 선명하게 남았습니다.

큰딸은 제가 하루에 몇 장만 고르다 보니 함께 사진을 추려 보는 시간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둘째아들은 촬영 횟수가 줄어드니 오히려 카메라 앞에서 장난을 덜 치게 됐고, 막내딸은 자연스럽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사진마다 담겼습니다.

이렇게 하루의 리듬이 전체적으로 차분해졌습니다. 사진첩을 열었을 때 비슷한 사진이 쌓여 있는 느낌이 사라지고 정말 마음에 남았던 장면만 또렷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가볍게 시작한 실험이었는데, 기록을 대하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느낀 점

하루 10장 제한은 숫자만 줄이는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순간을 대하는 태도, 아이들을 바라보는 방식, 하루를 되짚는 감각까지 함께 달라졌습니다.

카메라를 들기 전 잠시 멈춰 바라보는 시간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표정과 목소리, 상황의 분위기를 더 깊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장면이 많아졌고, 그 덕분에 하루가 조금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사진을 줄였지만, 기억은 오히려 풍성해졌습니다. 이 체험에서 뜻밖에 가장 크게 얻은 건 마음의 여유였습니다. 무언가를 남기기 위한 조급함보다 순간을 느끼려는 편안한 시선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도 오늘,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한 장면이 하나쯤 떠오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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