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삭제하고 한 달 체험해본 결과

배달앱 삭제하고 한 달 체험해본 결과에 대해서 공유합니다.

한 달 전, 퇴근 후 자연스럽게 켜던 배달앱을 삭제했습니다. 결심의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지출 내역을 살펴보다 배달비가 한 달 생활비의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날 저녁, 아내와 함께 이번 달은 직접 해먹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아이들도 흥미롭게 반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배달앱 없는 한 달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느끼게 해줬습니다. 편리함을 내려놓는 대신, 일상의 여백과 가족의 웃음을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첫 일주일, 불편함보다 낯설었던 시간

배달앱을 지운 첫날, 퇴근 후 무심코 휴대폰을 들었다가 허공을 터치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손끝이 기억하던 버튼이 사라진 그 순간, 묘한 공허함이 밀려왔죠. 늘 당연하게 누르던 주문하기 버튼이 없어지자, 저녁이 마치 준비되지 않은 하루의 연장선처럼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때 아내가 냉장고를 열고 말없이 재료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당근, 양파, 남은 돼지고기를 썰어 넣고 김치찌개를 끓이던 그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이들은 배달치킨 대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들며 오늘은 엄마표야 하고 묻더군요. 그 순간, 불편함 속에서도 오래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몸이 달라졌습니다. 배달음식 특유의 짠맛과 기름기가 줄어드니 속이 한결 편해졌고, 식사 후 느껴지던 묵직함도 사라졌습니다. 아이들도 자연스레 야채 반찬을 더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 변화가 의외로 기분 좋게 다가왔습니다.

직접 해먹는 즐거움, 예상치 못한 변화

2주쯤 지나자, 식탁 위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큰딸은 레시피를 검색해보며 새로운 요리를 시도했고, 둘째는 시장 장보기 담당을 자처했습니다. 막내는 식탁 세팅을 도우며 작은 손으로 포크를 정리했죠. 그 모습들을 바라보며 이게 가족의 시간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지출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배달비, 최소주문금액, 할인쿠폰을 맞추려던 습관이 사라지자 한 달 식비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통장 잔액이 남는 건 오랜만이었고, 식탁에는 절약이라는 단어 대신 함께 만든 음식이 올랐습니다.

특히 음식의 맛보다 과정이 주는 만족이 컸습니다. 같이 썰고, 끓이고, 기다리며 나누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가족의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가족이 함께한 식탁의 온기

배달앱이 사라지고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대화였습니다. 이전엔 각자 휴대폰을 보며 식사를 끝내기 바빴지만, 이젠 서로의 하루를 묻고, 웃음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조리 과정에서 생긴 작은 실수조차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어느 날 둘째가 달걀프라이를 태워 속상해했는데, 막내가 그걸 보고 깔깔 웃으며 괜찮아, 다음엔 더 잘할 거야라고 말하더군요. 그 말 한마디가 식탁 분위기를 환하게 바꿔놓았습니다. 그날 저녁, 타버린 달걀 하나가 오히려 가장 맛있는 반찬이 됐습니다.

건강에도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이 줄어드니 속이 한결 편해졌고, 아이들의 소화 문제도 확실히 줄었습니다. 한국영양학회 자료에 따르면, 집밥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가정은 외식 중심 가정보다 나트륨 섭취량이 평균 30% 낮다고 합니다. 이 수치를 떠올리니 우리 집의 변화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편리함이 그리울 때도 있었습니다. 야근 후 늦은 밤, 피곤한 몸으로 냉장고를 열면 한때 손끝으로 해결하던 그 간편함이 스치기도 했죠. 하지만 그 짧은 아쉬움보다 식탁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훨씬 값지게 느껴졌습니다.

결론

배달앱을 지우며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 빈자리를 채운 건 가족의 시간과 대화였습니다. 한 달간의 실험은 단순히 지출을 줄인 결과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일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이제는 주말마다 직접 장을 보고, 아이들과 새로운 요리를 도전하며 식탁 위의 풍경을 함께 만들어갑니다. 편리함 대신 함께함을 선택한 그 한 달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하루쯤 배달앱을 지워본다면 어떨까요? 조금 번거로워도, 그 자리에 어떤 온기가 찾아올지 한 번 경험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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